ECAC Hockey가 NCAA에서 차지하는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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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아이스하키를 한 번이라도 깊게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ECAC Hockey라는 이름을 마주친다. 그런데 이 컨퍼런스가 NCAA Division I 안에서 정확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왜 분석가들이 ECAC를 별도 카테고리로 두는지를 정리한 한국어 자료는 의외로 드물다. 오늘은 ECAC Hockey의 구조를 처음부터 풀어본다.
NCAA Division I 6개 컨퍼런스, 그중 하나가 ECAC다
미국 NCAA Division I 남자 아이스하키는 6개 컨퍼런스로 운영된다. ECAC Hockey, Hockey East, Big Ten, NCHC(National Collegiate Hockey Conference), CCHA(Central Collegiate Hockey Association), 그리고 Atlantic Hockey America. 이 6개 중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곳이 ECAC Hockey다. 위키백과의 ECAC Hockey 항목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ECAC라는 약자는 원래 Eastern College Athletic Conference에서 출발했으나 2004년에 모기관과의 관계가 종결되었고, 그 이후로는 약자 자체만 컨퍼런스 이름으로 남았다.
ECAC Hockey의 비공식 출발은 1961-62 시즌이었고, 공식 창설은 1962년으로 기록된다. 출범 당시에는 28개 팀이 모인 느슨한 연합 형태였지만,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멤버 구성과 운영 방식이 정리되면서 오늘날의 12팀 구조가 자리 잡았다. 다른 컨퍼런스들이 자주 멤버를 주고받은 것과 달리, ECAC는 한 번 자리 잡은 멤버 구성을 비교적 오래 유지해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12개 멤버 학교, 그리고 아이비리그 6개 전원
현재 ECAC Hockey의 멤버 12개 학교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학업 명문으로 잘 알려진 아이비리그 6개교가 한 축이고, 나머지 6개교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한국에서는 아이비리그를 학문적 이미지로만 떠올리지만, 이 학교들 중 다수는 100년에 가까운 하키 전통을 가지고 있다.
- Brown (브라운)
- Cornell (코넬)
- Dartmouth (다트머스)
- Harvard (하버드)
- Princeton (프린스턴)
- Yale (예일)
- Clarkson (클락슨)
- Colgate (콜게이트)
- Quinnipiac (퀴니피악)
- RPI (렌슬리어 폴리테크닉)
- St. Lawrence (세인트 로렌스)
- Union (유니언)
D1 하키 6개 컨퍼런스 중에서 아이비리그 6개교가 모두 한 컨퍼런스에 모여 있는 곳은 ECAC가 유일하다. 이 점은 단순한 자랑거리가 아니라 운영상의 특수성을 만들어낸다. 아이비리그 학교는 자체 규정에 따라 정규 시즌 일정을 다른 학교들보다 약 3주가량 짧게 운영한다. 학업 우선 원칙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ECAC 안에서도 아이비 6팀과 비아이비 6팀의 비컨퍼런스 경기 수가 다르고, 시즌 표본 자체가 비대칭으로 굴러간다. 분석가 입장에서는 같은 컨퍼런스 안에서 두 종류의 시즌이 동시에 돌아가는 셈이다.
두 개의 컵, Cleary Cup과 Whitelaw Cup
ECAC Hockey는 한 시즌에 두 명의 챔피언을 만든다. 정규 시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팀에게는 클리어리 컵(Cleary Cup)이 주어진다. 이 트로피의 이름은 하버드 출신 선수이자 코치, 행정가였던 빌 클리어리(Bill Cleary)에서 따왔다. 그가 ECAC의 컨퍼런스 구조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이 끝나면 컨퍼런스 토너먼트가 열린다. 이 토너먼트의 우승팀에게는 화이트로 컵(Whitelaw Cup)이 주어진다. 이름의 주인공은 ECAC의 토너먼트 포맷을 설계한 전 커미셔너 로버트 M. ‘스카티’ 화이트로다. 화이트로 컵을 차지한 팀은 NCAA Division I 토너먼트, 즉 전국 단위 토너먼트의 자동 진출권을 얻는다.
정규 시즌 우승팀과 토너먼트 우승팀이 다른 트로피를 받는 구조는 분석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시즌의 강팀을 평가할 때 두 개의 평가축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은 표본이 크고 안정성을 보여주는 무대이고, 토너먼트는 단기 변수가 결과를 흔드는 무대다. 같은 팀이 두 컵을 모두 차지할 때도 있고, 정규 시즌은 압도하지만 토너먼트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자주 나온다.
60년 역사가 남긴 숫자들
ECAC Hockey가 역사 속에 남긴 기록 중 몇 가지는 단순한 챔피언십 횟수를 넘어선다. 1967년 코넬 대학교가 ECAC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NCAA 챔피언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당시 같은 ECAC 멤버였던 보스턴 대학교, 스코어는 4 대 1이었다. 그러나 코넬이 남긴 진짜 기록은 그 3년 뒤에 나왔다.
1969-70 시즌, 코넬은 정규 시즌과 NCAA 토너먼트를 합쳐 29전 29승 무패의 시즌을 완성하며 NCAA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다. 이 무패 시즌은 NCAA Division I 남자 아이스하키 역사상 지금까지 단 한 번 나온 기록이다. 5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어떤 팀도 이 기록을 다시 쓰지 못했다. 한 시즌을 통째로 무너뜨리지 않은 채 통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으로 오면 퀴니피악 대학교의 행보가 눈에 띈다. 퀴니피악은 2023년 NCAA 챔피언에 올라 학교 역사상 첫 전국 우승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규 시즌 우승 트로피인 클리어리 컵을 5시즌 연속으로 가져갔다. 컨퍼런스 토너먼트에서는 같은 5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지만, 정규 시즌에서의 일관성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컨퍼런스 출범 이후 NHL 드래프트로 진출한 ECAC 출신 선수는 700명에 가깝다.
분석가 관점에서 본 ECAC의 특이점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ECAC Hockey를 별도 카테고리로 두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멤버 안정성이다.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NCAA D1 하키계 전체가 큰 리얼라인먼트를 겪었다. Big Ten 컨퍼런스가 자체 하키 리그를 출범하면서 기존 컨퍼런스들이 멤버를 주고받았는데, 이 시기 동안 6개 D1 컨퍼런스 중에서 ECAC만이 멤버를 한 명도 잃지 않았고 한 명도 새로 받지 않았다.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관된 표본인데, ECAC는 이 점에서 가장 깨끗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둘째는 시즌 일정의 비대칭이다. 앞서 짚었듯 아이비리그 6팀과 비아이비 6팀의 시즌 길이가 다르다. 같은 컨퍼런스 안에서도 비컨퍼런스 경기 수, 휴식 일수, 학기 일정에 따른 컨디셔닝 패턴이 두 그룹 사이에서 갈린다. 정밀한 데이터 분석이나 팀 평가를 할 때 이 비대칭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한 가지 더 있다. ECAC Hockey는 NCAA D1 하키 컨퍼런스 중 유일하게 남녀 12팀씩의 풀 컴플리먼트를 운영한다. 2006-07 시즌부터 12개 학교 모두가 남자팀과 여자팀을 함께 운영해왔다. 데이터 측면에서 보면 같은 학교 환경에서 남녀 두 팀의 성과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D1 컨퍼런스라는 뜻이다.
이런 구조적 특이점이 쌓여가면, ECAC를 다른 컨퍼런스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진다. 멤버 안정성과 비대칭 시즌은 ECAC를 별도로 만든다. 같은 NCAA D1 하키지만, ECAC만의 독립된 분석 프레임이 필요한 이유다.